영화 촬영지 여행

수퍼맨과 바보 촬영지 전주 여행

방낭자 2008. 4. 3. 21:37

영화 드라마 촬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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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그때 그시절

전주제일고등학교를 향한다.
전주영상위원회 길 건너 맞은편 오르막이다.
<바보>의 촬영지다.
<바보>는 20년 전 서울의 풍납동이 배경이다.
김정권 감독은 서울의 진관외동과
전주의 노송동에서 그 풍경을 찾았다.


2년 전 일이다.  그 사이 은평구 진관외동은 재개발에 들어갔다. 승룡이(차태현)네 집은 자취를 감췄다. 이제 서울에는 20년 전 풍납동이 없다. 사라진 풍경이다. 다행히 완산구 노송동 일대는 그 전경이 아직 그대로다. 길가에는 글자 몇 개가 떨어진 방앗간 간판이다. 그 아래 방아기계는 잘도 돌아간다. 빨강, 파랑, 하양의 삼색등을 내건 이발소도 있다. 삼색등은 돌아가기를 멈췄다만 가위 소리는 여전하다. 조금 더 걸으니 노란 간판의 사진관이다. ‘미화’라는 이름처럼 고운 초록색 명조체다. 사진관은 도장도 판다. 빨간 도장 마크가 선명하다. 일석이조, 그 옛날의 사진관이다.

 

01

  1. 01 도장집을 겸한 남노송동의 사진관이
         인상적이다
  2. 02 <수퍼맨이었던 사나이>의 주택가 가스
         폭발 장면을 찍은 중노송동 제일수퍼
  3. 03 중노동송의 주택가

 

 

02

 

 03


전주제일고등학교는 오르막의 끝자락이다. 이름이야 2002년에 새로 달았다만 1937년에 설립된 전주공립중학교가 모태다. 정문을 지나자 첫 골목이 나온다. 학교 담 아래 갈림길이다. 승룡이(차태현)의 ‘바보 토스트’ 가게가 있던 자리다. 여동생은 바보 오빠가 창피해 매번 잰걸음으로 지나쳤던가. 오누이의 애틋한 정이 오롯하다. 지금은 그저 빈터다. 촬영이 끝난 후 세트는 사라졌다. ‘아플 땐 바세린, 배고플 때 토스트, 돈통에 1000원’하던 승룡의 익살스런 대사가 떠오른다. 못내 아쉬워 골목을 따라 걸음을 낸다. 몇 걸음 딛지 않아 낡은 그림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찬다. 옛동네를 실감한다. 숨은 보물이다. 한옥에 슬레이트를 덧댄 지붕과 빨간 벽돌집이 두서없이 들고난다. 골목으로 낸 낮은 창과 좀처럼 보기 힘든 콘크리트 벽돌담도 지난다. 담장 위에는 유리 조각도 촘촘히 박혔다. 위험스럽기보다 정감 있다. 예전에는 최고의 무인 경비 시스템이었던가. 아직 건재한 일본 가옥도 있다. 골목을 따라 낯설어 낯익은 풍경들이 들고난다. 살아있는 세트다. 어디에도 이만한 명당은 없다.

 ....................................................80년 그 때 그 시절
<바보> 승룡이 "바보 토스트".............
       ............. '아플 땐 바세린, 배고플 때 토스트'
......옛 동네...........................숨은보물.......................

 



노송(
老松)의 푸른 온기
                               
<바보>는 노송동의 남쪽이다. <수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노송동의 북쪽이다. 중노송동이라 부른다. 클라이맥스의 폭발과 화재 장면을 촬영했다. 전주영상위원회에서 도보로 20분 남짓 거리다. 동부교회 후문의 정화약국 맞은 편 골목이다. 인근에서는 잘 알려진 교회라 찾기는 어렵지 않다. 곧장 삼거리가 나오고 사다리꼴 모양의 재은수퍼 건물이다. 수퍼에는 ‘영화 촬영한 집’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다. 수퍼 앞에는 맨홀이 있다. 영화의 폭발이 있던 자리다. 별다를 건 없다. 그저 동네 풍경이다. 영화 촬영지라고 찾았다 실망하기 쉽다. 노송동은 발품을 조금 팔아야 재미난 전경이 들고난다. 재은수퍼를 등지고 우측 길을 따라 가면 골목마다 예스런 풍경이 숨어 있다. 폭이 채 1m도 되지 않는 골목은 또 어딘가에 길을 내고, 그 어귀에는 또 낡은 철재대문이다. 전주영상위원회 로케이션매니저 박병준 씨는 “노송동은 70~80년대 동네 풍경이 남아 감독들이 즐겨 찾는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시간의 나이테가 묻어난다. <오래된 정원>이며 <간 큰 가족>이며 또 한 편의 바보 영화인 <대한이, 민국씨>며가 중노송동의 골목이다. 촌스럽고 순수한 영화들이다. 어찌 보면 까마득히 잊고 지낸 지난 시절의 표상이다. 순박한 서정이다. 노송동이 가진 고유한 정취다. 노송동에는 두드러지는 관광의 표식은 없다. 그저 길 따라 들고나는 옛 시절이 값질 따름이다. 하지만 아련한 추억 하나 고이 간직한 이에게는 어지간한 관광지보다 낫다. 골목을 누비노라면 <바보>와 <수퍼맨이었던 사나이>를 보지 않아도 그 메시지를 알 법도 하다. 그 옛날 늙은 소나무가 많아 노송동이라 이름 지었다던가, 지금은 낡은 골목의 집들이, 대문이, 지붕이 노송(老松)의 푸른 온기를 대신한다.


<약속>의 땅 전동성당
 


01

 

 

02

 

  1. 01 <약속> <마이 파더>의
         촬영지였던 전동성당
  2. 02 경기전 사고 입구의 대나무숲
  3. 03 <바보>와 <수퍼맨이었던 사나
        이>의 무대가 된 효자초등학교

03


기린로를 사이에 두고 노송동의 반대편은 풍남동과 고사동이다. 좀 더 또렷한 여행지다. 노송동은 혼자 탐험하듯 거닐기에 좋다. 숨은 그림처럼 풍경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골목 여행의 백미다. 반면 풍남동과 고사동은 첫 걸음부터 확연하다.
풍남동은 전주 한옥마을 일대다. 전주의 랜드마크다. <천년학> <클래식> <바람난 가족> 등 많은 영화를 촬영했다. 전주 한옥마을은 서울의 북촌인 남산 한옥마을과 닮았다. 하지만 훨씬 거대한 한옥 체험촌이다. 개개의 한옥마다 우리네 전통 체험이 이뤄진다. 한옥생활체험관이나 승광재, 설예원 등에서는 한옥 민박도 한다. 그 골목도 걸어볼만 하다. 처마 아래 돌담은 그윽하다. 담이 낮아 안뜰의 풍경도 탐할 수 있다. 바람 따라 풍경 소리도 들리고 장독에 내려앉은 햇살도 눈부시다. 오목대에 올라서는 한옥마을 북서쪽의 전경을 모두 품을 수 있다. 다만 지금은 마을 곳곳의 정비가 한창이다. 공사 흔적이 여럿 있어 일말의 아쉬움이다.
전동성당과 경기전도 한옥마을에 있다. 1904년에 지어진 진동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호남 지방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다. 회색과 적색의 벽돌이 대비를 이룬 외관이 고풍스럽다. 성당의 주춧돌은 순교지인 풍남문의 돌로 지어 순교자들의 넋을 위로한다. 하지만 영화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약속>의 땅이다. 희주(전도연)를 향한 상두(박신양)의 고백이 애틋했던건 전동성당의 성스러움 때문이었다. <마이 파더>와 <6월의 일기>에 등장하는 성당도 전동성당이다. 그 풍경은 경기전의 담장 너머로 바라볼 때 느낌이 달라진다. 기와와 처마 사이를 채운 먼발치 서양 건축은 낯설다. 경기전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봉정하기 위해 창견했다. 주변의 한옥에 비해 웅장하다. 지방의 작은 궁궐이다. 경기전 동쪽에는 조선시대 4대 사고의 하나인 전주사고가 있다. 드라마 <궁>의 촬영지이였다.

 



한옥마을의 아지트 동문 3길

                         

사고를 지나 경기전 후문 바깥으로 나선다. 경기전의 돌담을 따라 이어지는 동문 3길이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한옥군락이나 경기전보다 매력 있다. 풍남동 일대의 아지트다. 고대에서 만나는 현대다. 곧장 소담스런 카페 하나를 만난다. ‘이야기’가 있는 카페는 서울의 삼청동을 닮았다. 카페와 갤러리를 겸하는데 무척 화사하다. 주인장의 경쾌함도 좋다. 2층 창밖으로 경기전을 품는다. 복합문화공간인 교동아트센터도 지척이다. 공장터가 있던 자리에 지난 4월 개관했다. 1960년대 봉제공장의 원형을 활용해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뒤쪽에 있는 최명희문학관도 들러볼 만하다. 최명희 문학의 숨결이 고스란하다.

 

 

최명희 문학관 실내


 

 경기전 부근에는 전통찻집이나 전주비빔밥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도 많다. 특히 전주비빔밥이 진수다. 한상 가득 차려낸 맛깔스런 찬들이 웬만한 한정식 부럽지 않다. 전주는 막걸리촌도 유명한데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콘서트 장면을 찍은 삼천도서관(거마공원)에서 도보로 10분 남짓하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와 <바보> 모두에 등장하는 효자초등학교도 인근이다. 삼천동과 효자동은 전주의 서쪽 끝 동네다. 시내 쪽으로는 동부시장 쪽에도 막걸리촌이 있다. 마찬가지로 <수퍼맨이었던 사나이>와 <바보>를 촬영한 고사동 걷고 싶은 거리에서 가깝다. 걷고 싶은 거리는 전주의 1번가다. 길의 처음부터 끝까지 네온의 불빛이 머리 위를 지난다. 마치 SF영화의 미래 도시를 거니는 듯하다.
얼마전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www.jjfc.or.kr)에는 씨네맵이라는 자료도 올랐다. 전주의 영화 촬영지를 담은 포켓사이즈 가이드북이다. 좀 더 세세한 정보를 다운받을 수 있다. 테마별 여행 코스도 표시해 유용하다. 전주시내 관광안내소에는 새로운 버전의 씨네맵도 나왔다. 두 지도를 함께 사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카메라 들고 혼자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노송동을 권한다.
연인이나 가족나들이라면 전주한옥마을도 좋고, 북쪽의 덕진공원과 전주동물원도 추천한다 전주는 사람들이 친절해 여행에 큰 어려움이 없다. 택시 안에서, 밥집에서, 길가에서, 바보는 아니지만 바보의 순수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한 멀티플렉스
앞에 있는 친절한 금자씨 모형

 

[여행팁]

▶ 가는길
남고속도로 전주IC로 나와 전주시청 방면. 시청 지나 진안사거리에서 좌회전 전주정보영상진흥원 내 전주영상위원회(노송동) /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 05:30~24:00(10분 간격 출발, 2시간 30분 소요) / 전주영상위원회에서 인근 촬영지나 관광지까지 택시 요금 5000원 미만.

▶ 문의
전주영상위원회 063-286-0421 www.jjfc.or.kr
전주한옥마을 063-282-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