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차는 시속 30km 정도로 달린다. 섬진강의 풍광을 탐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멀리 산 빛을 머금은 강물은 맑고 고요하다. 차내에는 품바 복장을 한 윤재길 씨가 오간다. 그는 삶은 계란도 팔고 사이다도 판다. 오징어도 팔고 그 옛날 쫀득이 과자도 판다. 섬진강 여행의 더없이 좋은 길잡이요, 증기기관차의 특별한 추억이다. 섬진강과 철길 사이에는 17번 국도도 지난다. 17번 국도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드라이브 길이다. 붉은 철쭉이 만개한 철로와 푸른 섬진강이 양옆으로 호위한다. 부러 증기기관차의 운행 시간에 맞춰 드라이브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거정역까지는 25분이 걸린다. 20분쯤 정차했다 다시 곡성역으로 돌아온다. 열차표는 곡성역에서 왕복으로 끊는데 돌아오는 시간을 미리 정할 수 있다. 2시간쯤 후에 이어지는 다음 열차를 택하는 게 낫다. 거정역과 섬진강의 풍경을 20분 안에 돌아본다는 건 무리다. 두가현수교를 건너 곡성섬진강천문대까지 다녀오기도 바쁘다. 여유를 갖고 섬진강 하이킹이나 산책을 즐겨보길 권한다.
상류 쪽으로는 호곡나루터와 심청이야기마을이 있다. 호곡나루터는 오곡면 침곡리와 고달면 호곡리를 왕래한다. 노를 젓는 대신 강을 가로지르는 줄을 끌어 당겨 배를 움직인다. 곡성은 심청의 고향이기도 하다. 거정역에서 자전거로 10분 거리에는 심청마을이 있다. 지금은 정비중이다. 4월 중순에 개방 예정이라는데 5월이 넘으면 왕래가 가능할 듯하다.
호곡나루터의 반대편으로는 압록유원지 방향이다. 2차선 아스팔트 도로를 지난다. 하지만 차량이 많지 않다. 봄의 강바람 맞으며 달리니 상쾌하다. 강을 따라서는 이제 막 꽃망울을 연 산수유나 매화가 간간히 들고 난다. 대숲에 있는 바람 소리도 좋다. 압록유원지에서는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난다. 예성교는 두 강이 만나 흘러드는 풍경을 감상하기에 적합하다. 거정역에는 나무 테라스를 두른 객차의 행렬도 눈길을 끈다. 카페인가 싶지만 기차 펜션이다. 주방과 화장실까지 갖췄다. 4월 중순에 완공 예정이다. 곡성 기차 여행의 새로운 명물이 되지 싶다.
1969년의 시가지 <아이스케키> 세트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