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이룩해 놓은 가장 이색적이고 엽기적인 장소가 어디냐고 한다면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곳
이 금릉석물원이다. 제주도 서쪽, 아름다운 협재해수욕장과 잘 꾸며진 한림공원이 가까이 위치한 한바탕
의 돌 조각공원, 이곳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비교적 점잖은 돌하르방과 돌미륵불들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하지만 안으로 더 들어가면 사람의 상체와 물고기의 하체를 가진 인어가 사람의 다리와 물고기의 상체를
가진 남자를 쓰다듬고 있는 희한한 조각이 있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작은 동네의 모형을 만들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옷 갈아입는 여자를 훔쳐보고 있는 조각, 망아지가 누는 소변을 열심히 받아내는 아이의
조각 등이 있다. 더 들어가면, 석물원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제주도 통시(화장실)의 명장면, 어떤
아주머니가 엉덩이를 내놓고 대변을 보고 있는데, 그 밑에서 돼지가 그 변을 받아 먹으려고 꿀꿀대는 조
각이 있다. 또, 신혼부부들을 항상 놀라게 하는 부부일체상은 겉으로는 별 것이 없지만, 서로 마주보며
붙어 있는 두 개의 남녀 돌조각 사이의 두 개의 구멍에 손을 넣으면 각각 남자의 그것과 여자의 그것을
만질 수 있다. 이를 만지게 되는 남녀는 깜짝 놀라며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호기심이 많은 어떤 이는
구멍 속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외에 보기만 해도 흥미로운 조각들이 꽤 흩어져 있다.
이러한 조각들의 대부분은 결국 모두 제주도 사람들의 삶과 깊이 밀착되어 있으며, 제주도 사람들의 일상
적인 삶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흥미거리만은 아니다. 50년 동안 오로지 돌 조각만을 만들
어온 장공익 명장은 해학적인 웃음과 함께 아직도 끈질기게 남아 있는 제주도 삶의 한자락을 보여주고 싶
은 것인지도 모른다.
▣ 가는길 : 대중교통으로는 제주시에서 서회선 일주 시외버스를 타고 금릉해수욕장을 지나 금릉석물원
입구에서 내린다. 승용차로는 제주시에서 12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다 금릉해수욕장 지나면 입구가
나온다.
▣ 숙박 : 협재해수욕장의 민박들, 송림식당 민박(796-2544), 바다사랑 민박(796-4953) 등을 이용하거나
인근의 일성콘도(796-8400), 토비스 콘도(799-9901), 혹은 제주시의 숙박 시설 등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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