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봄꽃 기행우리 나라의 봄꽃 소식은 제주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수선화, 복수초, 동백꽃, 유채꽃, 벚꽃, 복사꽃 등이 3월부터 4월까지 서로의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며 번갈아 피고 진다. 이 봄날, 제주도를 여행한다면
명소 탐방도 좋고 오름 기행도 보람있지만 봄꽃들의 잔치에 슬쩍 합석해볼 일이다. 비록 초대장은 없을
지라도 꽃들은 저마다 미소를 띄며 여행객들의 콧잔등과 어깨 위에 자신만의 향기를 아낌없이 선사한다.
 | 산방산과 수선화 |
먼저 수선화부터 만나보자. 도시에서는 수선화를 화분이나 좁은 마당에 관상용으로 키우지만 제주도 남
제주군의 대정읍 들녘에 가면 야생 수선화를 만나볼 수 있다. 산방산이 우뚝 솟은 들판이나 알뜨르비행
장 주변, 추사적거지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렵지 않게 수선화의 고운 자태를 접하게 된다. 성질 급한
수선화는 12월부터 핀다지만 3월 중에 가장 많이 모습을 드러낸다. |
 | 추사적거지돌담 밑에 핀 수선화 | 추사 김정희선생(1786~1856)이 제주도로 유배를 왔을 때에도
수선화는 말없이 피어나 마음의 상처를 달래줬던 모양이다.
1840년부터 1848년까지 9년 간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한 추
사는 이곳 대정읍 초가에서 주변의 젊은이들에게 학문을 가르
치는 한편 추사체를 완성했고 ‘세한도’를 비롯한 여러 점의
서화를 남겼다. 당시의 유배생활 중 추사는 대정 들녘에 만발
한 수선화를 보고 친구인 영의정 권돈인에게 다음과 같은 서찰
을 보낸다.
‘제주의 수선화는 정말 천하의 구경거리이다. 중국의 강남은
어떠한 지 알 수 없으나 여기는 방방곡곡 손바닥만한 땅이라도
수선화 없는 데가 없다."
추위를 무릅쓰고 거친 들판에서 하얀 꽃잎에 샛노란 꽃술 찍어
소담스레 피어난 수선화를 보고 추사는 자화상이라도 본 듯한
기분이었으리라. |
복수초는 야생화에 관심을 가진 여행자들이라면 대개 한두 컷의 사진을 갖고 있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 꽃이다. 추위에는 매우 강하지만 더위에는 약한 성질을 지녔다. 흔히 얼음 속에서 스스로 열을 발
산시켜 주변을 녹인 다음 모습을 드러내는 꽃으로 알려져 있으며 눈색이꽃, 얼음꽃, 얼음새꽃, 아도니
스 등으로도 불린다. 그렇듯이 이른 봄 잔설을 뒤집어쓰고 노랗고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 많은 사람
들에게 복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복수초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노란 꽃잎과 짙은 녹색의 잎은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눈 녹은 물이 많고 양지바른 언덕에서 키 큰 나무
아래에 오순도순 무리지어 핀다. 햇빛이 약해지고 바람이 강해지거나 저녁이 되면 스르르 꽃잎을 다물기
도 한다. 복수초가 한두 송이도 아닌, 군락을 이뤄가며 핀 모습을 보려면 절물자연휴양림 입구에서 비자
림로(1112번 지방도)로 이어지는 한적한 도로변을 찾아간다. |
 | 절물휴양림인근의 복수초 |
유채꽃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른 제주 바다, 검은 현무암 돌담과 어울린
샛노란 유채꽃은 봄날 제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다. 유채꽃은 3월 초순부터 개화, 4월 중
순이면 절정을 이룬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성산읍 해안도로나 산방산 주변은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
진 유명한 유채꽃길이다. 사진을 찍을 때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도 있다. 추위가 가시지 않은 2월 중에
볼 수 있는 것들은 추위에 강한 조생종이다.
이에 비해 산굼부리 인근, 정석항공관에서 남제주군 표선면 가시리로 이어지는 10km 거리의 도로변이나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옆의 대포동 주상절리대 입구 등은 3~4년 전부터 각광받는 유채꽃 단지로 부상했
다. 컨벤션센터 광장에는 유채꽃 외에 보리도 심어놓았다. 눈쌓인 한라산 정상과 절묘한 대비를 이루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곳에 살아있다. |
 |  | 정석항공관 유채꽃길 | 제주컨벤션센터의 유채꽃밭 |
오는 3월24일부터 26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광장에서는‘2006제주유채꽃잔치"라는 축제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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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라수목원의 벚꽃 | 제주의 아름다운 봄날 여행은 한라수목원이나 제주시내 전농로에서
벚꽃을 감상하는 것으로 마무리짓는다. 벚꽃은 봄날이라는 것이 그
러하듯 봄에 피는 꽃 중에서도 개화기가 가장 짧다. 제주도에서 벚
꽃을 감상하기 좋은 곳은 한라수목원(제주시 연동), 제주시내 전농
로, 삼성혈,제주대학교 진입로, 항몽유적 주변 도로, 제주시종합경
기장 주변, 서귀포시내 등이다.
제주의 벚꽃은 꽃잎이 큰 자생종 왕벚꽃이다. 제주 벚꽃은 다른 지
역에 비해 개화 시기가 빨라서 3월 말부터 4월 초를 절정기로 보지
만 한라산 중턱의 중산간도로에서는 4월 둘째주 정도까지도 벚꽃이
피어난다.
◆ 여행정보(지역번호 064)
제주도청 710-2114, 제주시청 750-7114, 서귀포시청 739-0011,
북제주군청 742-4600, 남제주군청 730-1114, 한라수목원 746-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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