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소개/제주도 여행지

제주 특별 여행

방낭자 2008. 3. 29. 09:29
한겨울 새봄이 공존하는 제주도

제주도의 봄은 밤손님 같다. 소리소문도 없이 찾아왔다가, 어느 틈엔가 슬그머니 떠나버린다. 한겨울조차도 날씨가 푸근하다보니 봄의 시작이 언제쯤인지를 좀체 가늠하기 어렵다. 그저 활짝 핀 수선화, 유채꽃, 복수초 등이 전해오는 화신(花信)으로만 봄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짐작할 따름이다. 며칠동안 계속된 혹한에 시달리다보니 따사로운 봄기운 그립다. 그래서 해마다 가장 먼저 봄빛에 젖어드는 제주도를 찾았다. 하지만 막상 찾아간 제주도는 강원도 의 내륙산간보다도 더 깊은 겨울잠에 빠져 있었다. 해발 400m이상의 중산간지역을 가로지르는 찻길 은 곳곳에 빙판을 이루고, 해안지방의 응달진 산비탈에도 잔설이 희끗희끗하다. 설 전후로 온 섬을 뒤덮었던 폭설이 여태껏 다 녹지 않은 것이다.
눈덮인 한라산 정상 아래의 구상나무숲

설익은 봄기운을 느껴보겠다는 애초의 계획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일부러 찾아 가도 쉽게 볼 수 없는 제주도의 설경을 만끽하기로 작심했다. 먼저 비자림로(1112번 지방도)를 타고 북제주군 구좌읍 송당리의 아부오름으로 향했다. 오랜 전부터 눈 덮인 오름에 한번 올라보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부오름은 동부 중산간지대의 여러 오름들 중에서 가장 오르기 쉬운 오름이다. 최근에는 송당리에 서 아부오름 아래까지 곧장 이어지는 왕복2차선의 아스팔트도로가 개설되어 찾아가는 길이 더욱 편 리해졌다. 게다가 정상에서의 조망만큼은 제주도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탁월하다. 그래서 제주도를 찾을 적마다 꼭 한번씩은 올라보곤 했었는데도, 설경은 한번도 보지못해 아쉽던 참이었다. 눈이 무릎까지 쌓인 비탈길을 약5쯤 오르자 아부오름 분화구의 장엄한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 대했던 만큼의 풍성한 설경은 아니었지만, 잔설이 넓게 깔린 분화구 너머로 한라산이 우뚝하다. 흰 눈이 가득 머리에 인 한라산을 보니, 그 정상에 올라서고픈 마음이 불덩이처럼 치민다. 다음 행선 지는 당연히 한라산이다. 한라산의 여러 등산로 중에서 비교적 쉬운 길은 영실코스와 어리목코스이다. 눈이 많은 겨울철에도 약 4~5시간이면 영실 쪽으로 올랐다가 어리목으로 하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코스는 해발 1700m 대의 윗세오름 대피소까지만 등산이 가능하고 한라산 정상까지는 오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한라산 등산의 목적이 설경과 눈꽃을 감상하는 데에 있다면, 애써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된 다. 이미 지나온 영실과 윗세오름 부근의 눈 덮인 구상나무숲만으로도 겨울 한라산의 진면목을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루꼬리만큼 짧은 겨울날에는 금세 땅거미가 내려앉으므로 시간 여유 를 넉넉하게 갖고 하산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져진 눈길을 내려서는 일은 오르는 것보다도 더 힘겹 지만, 이따금씩 엉덩이로 눈썰매를 지치면서 겨울 산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가 있다.
제2산록도로변의 눈 쌓인 목장에서 눈썰매를 타는 사람들

많은 눈이 온 뒤라면, 굳이 한라산 산행을 하지 않고도 눈썰매를 탈 수 있는 곳이 있다. 넓은 풀밭 과 두루뭉실한 오름으로 이루어진 제주 중산간지대의 목장은 천혜의 눈썰매장으로 탈바꿈한다. 실 제로 1100도로(99번 국도)와 제1산록도로(1117번 지방도)의 갈림길 부근을 지나다가 많은 사람들이 눈썰매를 타고 있는 목장이 눈에 띄었다. 목장 입구의 제1산록도로변 양옆에는 승용차가 길게 늘어서고, 길 한쪽에는 플라스틱 썰매를 빌려 주는 임시 대여점과 오뎅, 붕어빵 등의 간식거리를 파는 포장마차까지 들어서 있다. 목장안에는 아 이들도 안전하게 눈썰매를 탈 수 있는 언덕이 많아서인지, 가족 단위로 놀러온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플라스틱 썰매에 몸을 싣고 설원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사람들마다 즐거운 비명을 터뜨리곤 했다. 제1산록도로를 지나는 길에 잠시 관음사를 들렀다. 한라산 북쪽 기슭의 해발 600여m 지점에 자리잡 은 관음사는 조계종 제 23교구 본산으로 제주도 내의 30여 개 사찰을 관장하는 대찰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건물이 근래에 지어진 것이라, 옛 멋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조선 숙종 때에 폐찰이 되 다시피 한데다가 4․3사건 당시 모두 불타버린 탓이다. 하지만 풍성한 눈에 덮인 관음사의 겨울 풍 경은 육지의 어느 산사 못지 않게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산방산이 보이는 대정 들녘 수선화
산록도로와 서부관광도로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면서 제주도의 설경을 구경하다가 대정 들녘으로 발길을 돌렸다. 해마다 이맘때쯤 어김없이 꽃부리를 펼치 는 수선화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서였다. 역 시 그곳에는 이미 봄기운이 가득했다. 드넓은 대정 들녘에는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유채와 수선화는 가녀린 꽃망울을 하나둘씩 터뜨리고 있었다. 밭둑에 뿌리를 내렸다가 뿌리 채로 뽑힌 수선화 한 송이의 꽃향기를 맡아봤다. 이미 오랜전에 목이 부 러진 상태인데도, 은은하고도 고혹적인 향기를 한 껏 뿜어낸다. 수선화의 진한 꽃향기에서 추사 김정 희의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가 느껴진다. 대정에서 7년이 넘는 유배생활을 한 추사는 유난히 수선화를 어여삐여겼다고 한다. 유배 당시 그가 권 돈인이라는 벗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수선화는 정말 천하의 구경거리다. 중국의 강남은 어떠한지 알 수 없지만, 여기는 방방곡곡 손바닥만한 땅이라 도 수선화 없는 데가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추사는 또한 꽃망울을 막 터뜨린 수선화를 두고 “희게 퍼진 구름 같고 새로 내린 봄눈같 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추사는 어쩌면 자연의 시련 속에서도 향기 그윽한 꽃을 피우는 수선화와 고단한 유배 생활 중에도 부단히 탁마하는 자신을 동일시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수선화와 추사는 떼려야 떨 수 없는 관 계였으리라. 이맘때쯤 제주도의 대정 들녘을 지나거든, 추사의 <세한도>처럼 고결하고 그의 글씨처럼 기품 있는 수선화 향기를 꼭 한번쯤 음미해볼 일이다. 여행메모
동광휴양펜션의 야경

▷숙식 제주도의 풍광 좋은 바닷가와 중산간지역에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펜션이 많다. 그 중에서도 제 2 산록도로(1115번 지방도)변의 동광휴양펜션(064-792-8888), 표선 우회도로변의 로그빌리지 (064-78 7-4033), 애월읍 유수암리 서부관광도로 부근의 로그캐빈제주(064-799-2070), 애월읍 신엄리 해안도 로변의 군성해안리조트(799-3775), 우도 산호사해변의 로그하우스(782-8212) 등이 권할 만하다. 맛집으로는 성읍민속마을 내의 괸당네식당(흑돼지구이정식, 064-787-1055), 제주시 탑동의 산지물식 당(향토음식, 064-752-5599), 제주시 도두항의 제주왕왕횟집(활어회, 064-743-0388), 표선 제주민속 촌 입구의 탐라촌흑돼지가든(흑돼지구이, 064-787-2383), 대정 모슬포항 입구의 해녀식당(해물 뚝배 기, 064-794-3597) 등이 있다.
성산항에 들어서고 있는 만다린호

▷알뜰 정보 1. 제주 전문 여행사인 대장정여행사(064-711-8306, www.djj.co.kr )에서는 렌트카, 할인항공권, 펜 션 등을 한데 묶어서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여행상품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게다가 홈페이지를 뒤져보면 제주 여행에 필요한 상세한 정보와 할인쿠폰도 얻을 수 있다. 2. 대아고속해운의 만다린호를 이용하면 통무항에서 곧장 성산항으로 들어갈 수 있다. 차량 선적이 가능한 초괘속선 만다린호는 매일(화요일 휴항) 오전 10시에 통영항을 출발해 약 3시간 30분만에 성산항에 닿는다. 성산항에서는 오후 4시에 출항한다. 이 배를 이용하면 한려수도의 수려한 풍광 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속 34노트의 고속으로 항해하기 때문에 배멀미도 비교적 덜한 편이다. 선표는 대아여행사(02-514-6766, www.dae-atour.co.kr )에서 예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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