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소개/제주도 여행지

제주 송악산 여행

방낭자 2008. 3. 29. 09:30
노을진 송악산에 오르다
 -제주도 절울이 오름
4·3 사건과 오름을 모르면 제주도를 모른다고들 말한다. 
제주 동부지역의 다랑쉬 오름에 갔을 때다. 오름 아래에 다랑쉬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4·3 사건으로 마
을이 없어졌고, 근처 동굴에서는 11구의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예전에 동네 사람들이 땀을 들이며 
정담을 나눴을 정자나무 주변엔 풀들이 무성하고, 마을 표지석만 남아 애잔하기 그지없었다. 
 바다 물빛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파도는 거품을 물고 쉬지 않고 들이치는데,  그 소리가 철썩 쏴아, 철썩 쏴아 하는 규칙적인
 리듬이 아니다.  해안선이 끝없이 뻗어  있다보니, 연달아 이어지는 대포소리처럼  쾅거린다.
 절벽의 파도 울음이 인상적이어서, 송악산은 "절울이 오름’이라고도 불린다. 
제주에 오름이 360개가 넘게 있고, 그 생김새가 저마다 달라서, 어느 것 하나를 꼽아서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극명하게 오름의 특성을 살필 수 있는 곳 이 송악산이다. 제주 서남쪽 
산방산에서 해안선을 따라 오른쪽에 뙤똑 솟은 산이 송악산이다.  마라도 가는 배가 떠나는 하모리 선착
장을 지나서, 해안 절벽으로 난 길로 접어들면 송악산 주차장이 나온다. 그곳에서부터 해안선을 따라 산
책로가 나 있다. 한라산 방향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형상의 산방산이 보이고, 섬 하나를 칼로 베서 
둘로 나눠 놓은 듯한 형제섬이 보인다. 바다 물빛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파도는 거품을 물고 쉬지 않
고 들이치는데, 그 소리가 철썩 쏴아, 철썩 쏴아 하는 규칙적인 리듬이 아니다. 해안선이 끝없이 뻗어있
다보니, 연달아 이어지는 대포 소리처럼 쿵쾅거린다. 절벽의 파도 울음이 인상적이어서, 송악산은 "절울
이 오름’이라고도 불린다.   
송악산은 절벽의 파도 울음이 인상적이어서, 송악산은 절울이 오름이라고도 불린다.

송악산은 한라산 백록담에서 뻗어나간 지형으로는 위도상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다. 그 땅 힘으로 솟아 난 섬이, 앞 바다에 떠있는 가파도와 최남단 마라도다. 송악산 해안 절벽 위에 서니, 수평선이 시원스럽다. 이곳에서 보는 수평선은 결코 평행한 직선이 아니 다. 큰 밥그릇의 테두리처럼 휘어 있다. 뒤편으로는 유채밭이 있다. 제주의 유채는 검은 현무암과 보색 대비를 이뤄서 형광색으로 눈부시게 빛난다. 송악산의 능선은 부드럽게 솟구치고 있다. 나는 송악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육지의 산들과는 사뭇 다르다. 발 밑이 푹신푹신해서 걸음을 내딛기가 편하다. 배수가 좋고 부슬부슬한 화산토라서 그렇다. 구릉진 언덕은 결코 근엄하지도 위압적이지도 않다. 제주의 오름들이 그러하듯이, 손이라도 잡아끌 듯이 완만하게 사람을 맞이한다. 송악산 정상 능선에 앉아 서쪽 바다를 바라본다. 낙조가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제주에서 아름다운 낙조를 보는 것은 행운이 깃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수증기 탓인지, 연무 같은 뿌연 기운이 늘 제주의 허공 을 지배하고 있다. 능선에 올라서니, 산방산과 형제섬이 더 가까워보이고 멀리 마라도까지 보인다. 그런데 능선에서 바라 다본 송악산 북쪽 산자락이 희한하다. 반지처럼 둥글게 테를 두르고 있다. 둘러진 테위에는 수목이 울창 하다. 테두리 안쪽으로 풀밭이 있고,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산 능선을 따라 정상께로 다가가는 데, 바다쪽으로 움푹 패인 분화구가 있다. 원자폭탄이라도 떨어진 것 같다. 수직으로 페인 분화구를 내 려다보니 아스라하다. 그 깊이가 69m라고 한다. 둘레는 400미터, 남쪽 언덕은 덜 가파르지만, 전체적으 로 경사도가 70도에 달한다. 갑자기 꿩 한마리가 분화구에서 솟아오른다. 마치 우물 속에서 솟아오른 것 것 같다. 능선에는 방금 식은 것 같은 검붉은 화산암이 흩어져 있다. 송악산, 곧 절울이오름의 높이는 104미터다. 정상에 서니 바람이 세차다. 풀과 나무들이 억센 바람에 적 응하느라, 바닥에 난짝 엎드려 있다. 송악목장의 말들이 정상 능선까지 올라와 풀을 뜯는다. 말들은, 바 닥에 붙은 풀들을 빠작빠작 소리나게 뜯어먹는다. 사람이 곁에 다가가도 말들은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킁킁거리며 내 가방에다가 코를 갖다댄다. 송악산 정상 능선에 앉아 서쪽 바다를 바라본다. 낙조가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제주에서 아름다운 낙 조를 보는 것은 행운이 깃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수증기 탓인지, 연무 같은 뿌연 기운이 늘 제주의 허공 을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석양은 넓게 퍼지지 못하고, 태양은 외롭게 자신의 윤곽만을 드러내면서 허공 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서쪽 바다 수면 위로 붉게 햇살을 드리우더니, 이내 희뿌 연 대기 속으로 태양은 사라지고 만다. 어둠과 함께 세찬 제주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 속에 화산토가 섞여 있어 간간이 눈 속을 파고든다. 그 억센 바람이 제주의 오름 뿐만이 아니라, 제주의 사람들까지도 둥글게 둥글게 빚어놓았을 것이다. 제 주를 좀더 잘 이해하려면, 4·3과 오름뿐만 아니라, 그 바람까지도 이해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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