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소개/전라남도 여행지

완주의 동상 곳감마을 여행

방낭자 2008. 3. 29. 09:24

풍경이 있는 여행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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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 바른 처마 밑, 샛노란 속살을 드러낸 감 타래가 황금빛 가을햇살에 익어갑니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감을 깎는 아낙네들의 손놀림만큼이나 빠르게, 얼굴에 감물이 들어갑니다. 불현듯 어릴 적 다락문을 열 고 광주리에서 하나씩 꺼내주시던 할머니의 말랑말랑한 홍시가 생각납니다. 귀여운 손주녀석들을 주려고 겨울 내내 보석처럼 모셔놓았던 홍시. 먼 기억 속에서 퍼지는 달짝지근한 홍시내음, 어느새 입가엔 담홍 빛 추억이 머무릅니다. 우리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예스러운 풍경이 오롯이 남아 한 폭의 정물화를 완성하는 곳이 있습니다. 산 자락도 길거리도 주렁주렁 감들로 덮여 있는 곳, 바로 곶감으로 유명한 완주의 동상마을입니다. 가을이 되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집니다. 아마도 누구나 마음 속 깊이 품고 살아온 우리네 시골풍경 이 그리운 까닭이겠지요. 오늘은 왠지 찬 서리 감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쯤 까치밥으로 남겨두는 그 따뜻한 정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주황빛 그리움이 주렁주렁 열린 완주 동상마을

주홍빛 꼬마전구로 반짝이는 동상곶감마을

산으로 둘러싸인 두메산골, 만추에 찾은 전북 완주의 동상마을은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주홍빛 꼬마전구로 반짝입니다. 파란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푸른 하늘을 이고 주렁주렁 매달린 황금빛 감들. 마치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할 만큼 화려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붉디붉기로 유명한 내장산의 그 단풍 빛깔보다 더 곱습니다. 열린 감을 수확하 고 감껍질을 까고 감타래를 만드는 등 아낙네들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잘 익은 감을 깎을 때 ‘사사삭’ 소리가 난다지요. 과연 올해 감 농사는 잘되었나봅니다. 누가 깎던 어디서 깎 던 온통 ‘사사삭’ 거리기만 하니까요. 이 곳 동상 마을의 주민들은 가을이 되면 새벽부터 운장산으로 올라가 감을 땁니다. 울타리 안팎에 주홍 열매를 따는 평범한 감나무를 상상하셨다고요? 동상마을의 감은 깊은 산속에서 보석처럼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그곳에 심어져 있는 감을 고종시라 하는데 예로부터 감 중에서 최고의 감으로 칭송받으며 조선시대 왕실 진상품으로 쓰일 만큼 명성이 자자했답니다. 고종시는 알이 작고 감에 씨가 생기지 않는 특이한 종으로 고종임금이 그 맛에 탄복하였다하여 ‘고종시’ 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속살 드러낸 늦가을, 쫀득하고 달콤한 감빛에 취하다


                             동상곶감은 감 중에서 최고의 감이라 불리는 고종시를 사용한다

이 동상곶감은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어집니다. 찬 이슬이 맺혀 감이 물렁해지는 한로에 감을 딴 뒤 겉껍질만을 얇게 벗겨 줄을 꿰어 매달아 40~60일 간 햇볕에 말립니다. 가을햇살과 바람과 비에 감이 자줏빛으로 변하면서 말랑말랑해지겠죠. 물기가 거의 없어지면 다시 음지로 옮겨 2~3일간 말린 다음 다시 볕 바른 데로 옮겨 말려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인고의 과정을 거쳤기에 맛 또한 으뜸이 될 수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동상마을의 가을풍경은 감을 깎는 아낙네들의 미소에서 시작된다

아주머니께 언제 동상곶감을 맛볼 수 있나 물으니 12월 중순부터는 되어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갑자기 시골집에서 할머니가 들려주셨던 ‘곶감과 호랑이’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겨울철 먹이를 찾아 내려온 호랑이는 호롱불이 켜진 어느집 앞에 멈추어섭니다. 그런데 한 아기가 울며 보채는 소리를 듣습니다. 우는 아이에게 어머니는 밖에 우는 아기 잡아가려고 호랑이가 왔다며 겁을 주며 달랬습니다. 아이는 울음을 그치기는커녕 더 크게 울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곶감 여기 있다” 했더니 아기가 울음을 뚝 그쳤다고 합니다. 그걸 들은 호랑이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세상에 나보다 더 무서운 놈이 이 집에 있구나! 하고 혼비백산하며 산 속으로 줄행랑쳤다는 이야기입니다. 백수의 왕인 무서운 호랑이가 찾아왔다며 겁주고 얼러도 그치지 않던 아이의 울음을 뚝 그치게 만든 그 맛난 곶감을 먹기 위해서는 한 달을 더 기다려야겠군요.

휘돌아 감긴 호반의 물빛 풍경 … 늦가을만큼 애잔한 그리움


                                            가을 호반 풍경의 절정을 보여주는 대아저수지

주황빛 가을이 펼쳐져 있는 곳은 비단 동상마을 뿐만 아닙니다. 완주 일대에는 동상호와 대아호 등 아름다운 호반과 호젓한 절집들이 있어 가을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그 중에서 대아호와 동상호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저수지답지 않게 자연스럽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합니다. 특히 대아호는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 있는 운암산과 우아하고 부드러운 산세의 동성산에 에워싸인 잔잔하고 푸르른 호수의 물은 남쪽의 동상저수지와도 이어져 있습니다.
 


                        732번 지방도는 붉은 단풍(좌)와 노란 은행나무잎(우)들이 도로를 에워싸고 있다

대아저수지를 감돌아 동상저수지에 이르는 732번 호반도로는 말끔히 포장되어 드라이브 코스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어 좋습니다. 도로변에서는 바람결따라 흐트러지고 떨어지는 단풍잎들이 빨간 눈물, 노란 눈물을 주룩주룩 흘려댑니다. 차에서 잠깐 내려 ‘사르락 사그락’ 낙엽도 밟아봅니다. 그 길은 걸으면서도 또 걷고 싶고, 달리고 있으면서도 또 달리고 싶어지는 너무나 아름다운 길입니다.

붉은 가을빛 토해내는 위봉폭포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 풍경


완산 8경에 드는 절경으로 유명한 위봉폭포

동상면을 지나 위봉산성으로 올라가는 위봉재를 넘는 도로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옵니다. 위봉산성이 동문 쪽에 있는 위봉폭포는 높이가 60m 이며, 2단으로 쏟아지는 물줄기는 예로부터 완산 8경에 드는 절경으로 유명합니다. 물줄기는 낭떠러지 길로 수직 낙하하듯 계곡 아래로 아슬아슬하게 이어집니다. 특히나 폭포주변의 기암괴석과 가을날 빨갛게 물든 단풍과 함께 어우러져 마치 한폭의 파스 텔화 같습니다. 눈에 그대로 담기에도, 가슴에 품기에도 벅찬 풍광을 오래도록 두고 보고 싶었으나 산중의 가을 해는 워낙 짧은 지라 또 다시 길을 떠납니다. 위봉폭포 가까운 곳에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맞아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것을 기념하는 웅치전적지와 종남산 기슭에 송광사도 있습니 다.




벚꽃만 아름답다 누가 그러오! 송광사의 가을날이 더욱 아름다운 것을…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일자로 세워진 송광사

가을날 찾는 절집은 참으로 운치 있습니다. 송광사는 원래 봄철 벚꽃길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가을날 송광사를 찾아 본 사람들은 봄날의 송광사를 첫손에 꼽길 주저합니다. 가을날에 찾는 송광사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이지요. 보조국사의 창건 설화가 남은 고찰인 송광사는 깨끗하고 단정한 멋을 풍깁니다. 일주문을 거쳐 금강문을 통과하면 곧바로 눈을 부릅뜨고 사바세계의 악귀를 내쫓는 사천왕문이 절을 지키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 건축의 기본양식을 본 뜬 대웅전이 보입니다.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는 일자 (一字)로 배치되어 있고, 공간 배치가 자연스러워 한국의 전통적인 정원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송광사 중앙에 세워진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에 다포팔작지붕으로 되어 있고 보물 제1243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습니다. 대중전 안에 있는 소조삼불좌상 가운데 오른 쪽에 있는 아미타여래좌상은 국가에 나쁜 일이 생길때마다 땀을 흘리는 불상으로 유명하답니다. 특히나 종을 달아놓은 종루는 조선시대 유일한 열 십(十) 자 모양을 하는 2층 누각인 십자각으로 그 가치가 큽니다. 송광사는 석간수라는 약수로도 유명합니다.

가을 끝에 달린 그림 같은 풍경‘완주’,“참 좋은 인연입니다”


                                              절집에서 마시는 차 한잔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을 바람이 뒤흔드는 풍경소리를 뒤로 하고 송광사 찻집에서 주인장이 내 놓은 솔잎차를 마십니다. 은은한 나무 향과 조용한 명상음악에 마음이 노곤해지고, 산사의 늦가을이 따뜻하게 입안에 번집니다. 소담한 찻집 창밖으로 노을 속으로 빠지는 송광사의 감나무가 보입니다. 늦가을을 맞은 절집에는, 그리고 절집에서 마시는 차 속에는 나그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마치 차 한 잔으로 도를 깨치는 마냥 머릿속이 갑자기 맑아짐을 느낍니다. 그리곤 차를 마시면서 연신 완주의 품에 안긴 풍경들이, 호젓한 절집의 풍경들이 다시 되새김질됩니다. 지나쳐온 완주의 풍경들을 하나하나 다시 되밟습니다. 주황빛 그리움이 주렁주렁 매달린 동상마을, 그리고 피오르협곡을 닮은 호수, 그리고 오색단풍과 조화를 이룬 위봉폭포의 풍경, 그리고 늦가을을 맞은 고즈넉한 절집 등 완주는 감상에 젖고도 남을 만한 여러 풍경을 안고 있는 곳입니다. 그렇습니다. 송광사 입구에 세워져있던 팻말 “참으로 좋은 인연입니다.”, 그 말 그대로 가을날 만난 완주는 참으로 좋은 인연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그대와 나, 참으로 좋은 인연입니다.


《여행안내》
◎ 동상마을 곶감 보러 가는 방법 1) 자가운전 : 전주에서 17번 국도를 따라 봉동 → 고산 → 대아댐 → 대아저수지 옆 732번 지방도 → 대 아수목원 가는 이정표 → 동상 곶감마을/ 전주에서 진안방면으로 26번 국도 →황운교차로 → 마수교 → 송광사 이정표 →송광사 입구, 오성리, 헤어핀고개, 위봉사 입구 → 위봉폭포 → 대아저수지 → 732지방 도 분기점 → 고산방면 → 동상곶감마을 2) 대중교통 : (버스)전주-고산-대아리 은천마을 시내버스가 하루에 5~6회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남짓 걸린다. ◎ 위봉폭포 가는 방법 1) 자가운전 : 호남고속도로 익산 IC → 799번 지방도로(7.8㎞) → 봉동로터리 → 직진(전주방면 17번 국 도) → 소양교 앞에서 좌회전 → 오른쪽으로 명덕교 건너 좌회전 → 26번국 도 → 송광사, 위봉사 가는 진입로 → 위봉폭포 2) 대중교통 : (현지교통) 전주시에서 오성리행 시내버스 이용, 종점 하차/1시간 30분 간격 /25분 소요. 버스에서 내려 위봉폭포까지 도보로 30분 정도 소요 ☞ 위봉폭포 자세히 보기 ◎ 송광사 가는 방법 1) 자가운전 : 전주에서 진안 방향 26번 국도 → 소양면 경유 → 마수교에서 좌회전 → 벚꽃터널을 지나 → 2km쯤 가면 왼쪽으로 송광사 2) 대중교통 : (현지교통)전주 모래내 시장 버스정류장에서 806, 814, 838번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송광사 하차 수시 운행 / 30분 소요 ☞ 송광사 자세히 보기 ◎ 숙박 송광사 근처 전주 관광호텔 (063-280-7700), 전주코아리베라호텔 (063-232-7000) 이나 위봉폭포 근처 화 심온천장(063-243-6560)이나 죽림유황온천장(063-232-8757)에서 숙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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