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소개/경상북도 여행지

주왕산 수달래

방낭자 2008. 3. 28. 17:40

풍경이 있는 여행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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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래로 유명한 경북의 명산
옷깃을 스치는 봄바람이 아직은 쌀쌀하게 느껴 지는 4월의 봄날. 긴 겨울을 보내는 동안 잔뜩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은 어느 사이엔가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비록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듯한 단조조운 생활이긴 하지만, 그나마 마 음 한구석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은 퍽이나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늘 여행을 꿈꾼다. 특히 파릇파 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예쁜 봄꽃들이 앙증스러운 꽃망울을 터뜨릴 때쯤이면 여행을 계획하고 또 어디론가 떠나기를 갈망한다. 피서여행이나 단풍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묘한 설렘같은 것이 봄 나들이 에는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경북 청송군에 자리잡고 있는 주왕산(해발 721m)은 사계절 아무 때나 찾아도 좋은 산이지만 특히 봄에 찾으면 더욱 좋다. 겨울 내내 얼어 붙었던 여러 개의 폭포가 녹아 내리면서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시원한 물줄기가 주방천을 가득 채우고, 골짜기 곳곳에서 주왕산의 대표적인 명물 가운데 하나인 수달래 가 진홍색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물가 또는 산기슭에 군락을 이뤄 피어나는 주왕산의 수달래는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 사이가 최고의 절정기이다.
주왕산은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남쪽 끝자락에 우뚝 솟아오른 명산이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주변 경관과 함께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일명 "석병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1976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등산로도 비교적 잘 닦여져 있어 가족을 동반한 가벼운 등산코스로 알맞다. 본래 이름이 석병산이었던 것이 주왕산이라 불리게 된 데에는 스스로를 "후주천왕" 또는 "주왕"이라 부 르던 "주도"라는 사람에 대한 전설로부터 비롯되었다 고 한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는 주왕에 대한 이야기가 당시, 즉 신라 후대의 진골 왕족이었던 김헌창 의 난을 각색한 것이었다는 설이 제기되어 흥미를 돋우고 있다. 어쨌든 이 산의 유래가 된 주왕에 대한 전설을 살펴보면, 중국 당나라 덕종 때인 799년. 반란을 일으켜 왕이 되려 했던 "주도"라는 사람이 당나 라 군사에게 쫓겨 당시 신라 땅이었던 석병산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반란을 일으켰던 주도는 당나라 이 전에 존재하던 진나라의 후손으로, 매우 기개가 높았던 인물이었으나 당나라 장수인 곽자의가 이끄는 군 사에 대패하여 신라 땅으로 도망을 오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신라의 석병산이 산세가 매우 험한 천혜의 요새라는 말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나라 부탁을 받은 신라의 마일성 장군에 의해 주도는 이곳에서 최후를 맞고 말았다. 훗날 나옹화상은 그의 넋을 위로하는 마음에서 산 이름을 석 병산에서 주왕산으로 고쳐 부른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주왕산에는 주도와 관련된 명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전설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주도의 명복 을 빌기 위해 지었다는 주왕암, 주도가 신라의 마일성 장군에 대항하기 위해 쌓았다는 자하성, 주도의 아 들인 대전도군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대전사, 주도의 딸인 백련낭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암자인 백련 암, 주도와 끝까지 생사를 같이했던 군사들의 갑옷과 무기를 숨겨 두었던 곳이라는 무장굴, 그리고 주도 가 마지막까지 숨어서 살았다는 주왕굴 등이 그 대표적인 명소들이다.
주왕산의 가장 일반적인 등산 코스는 매표소에서 대전사, 제1폭 포, 제3폭포를 지나 호젓한 산길을 따라 내원동까지 가는 것. 특히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듯한 기암괴석들 사이로 등산로가 나 있는 제1폭포 근처를 지날 때는 한여름에도 등줄기에 식은 땀 이 흐를 정도의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매표소에서 내원동까지는 느린 걸음으로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내원동은 주왕산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다. 제3폭포에서 1.2km쯤 떨어져 있는데 호젓한 산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도 2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곳이다. 이 마을에 살고 있 는 사람은 모두 10여 명. 주업은 밭농사지만 등산객들에게 숙박 과 음식을 제공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면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호롱불로 어둠을 밝힌다. 내원동까지 갔다가 매표소로 돌아올 때 다소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또는 주왕산의 감춰진 비경을 제대로 살펴 볼 요량이라면 왕거암(해발 910m)과 제2폭포를 거치는 코스를 잡는 게 좋다. 내원동에서 왕 거암까지 오르는 약 1.5km 남짓한 가파른 코스만 통과하면, 마치 태고적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주왕산의 깊은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다. (단, 3월부터 5월까지는 봄철 산불경방 기간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에 서 등산을 불허할 수도 있으므로 사전에 문의, 허가를 받고 산행에 나서도록 한다.) 한편, 주왕산의 북서쪽 산기슭에는 "달기약수탕"이라 불리는 독특한 약수터가 여러 개 자리잡고 있다. 1800년대 중엽에 처음 발견된 이후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약수터 다. 약수의 맛은 마치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을 지니고 있는데, 위장병을 비롯해서 신경통, 만성부인병, 빈혈 등의 치료에 특히 효험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약수로 밥을 지으면 초록색을 띠 며, 맨밥이 마치 찹쌀밥처럼 쫄깃쫄깃해지기도 한다. 가장 물맛이 좋다는 하탕을 기점으로 중탕, 상탕, 신탕, 성지탕 등이 모두 반경 1km 이내에 자리잡고 있다. 약수물을 이용해서 끓이는 황기백숙은 주왕산 의 대표적인 별미이기도 하다.
주왕산의 숨겨진 비경으로는 내주왕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는 주산지를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주산지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 계곡을 막아서 축조한 인공 저수지. 본래는 농업용수로 활용하기 위해 물을 가두어 놓은 것인데 지금은 근사한 "호반 여행지"로 탈바꿈했다. 이른 아침에 수면 위로 피어 오르는 물 안개와 해질 무렵의 고즈넉한 호반의 정취가 단연 압 권이다. 게다가 수령 150년 정도로 추정되는 능수버 들과 왕버들 10여 그루가 물속에 뿌리를 내린 채 수 면 위로 얼굴을 내밀고 있어 신비스러움을 더하고 있 다.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경상북도 안동까지 간 다음 35번 국도와 914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청송까지 간다. 4월말∼5월 초 사이에는 이 구간(길안면)에서 예쁜 사과꽃을 볼 수 있다. 청송에서 주왕산 입구까지는 자동차로 약 15분, 달기약수탕까지는 약 10분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