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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운문사 여행

방낭자 2008. 3. 27. 01:49
봄길따라 찾아가는 고즈넉한 산사

3월이 시작된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 사이엔가 4월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봄기운을
잔뜩 머금은 봄꽃들이 저마다의 예쁜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섬진강변의 매화마을에는 벌써 새하얀 매
화가 피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러나 꽃을 봐야만 꼭 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려함
보다  사색적인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길가에 삐죽 얼굴을 내민 풀 한 포기라든가 들판에
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그리고 호젓한 산사를 찾아가는 길목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운문사 처진 소나무

봄바람에 실려오는 향긋한 솔향. 그 기분 좋은 향내를 맡으며 찾아갈 수 있는 사찰이라면 단연 운문사를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구슬처럼 맑은 운문천의 물소리와 울창한 노송 숲이 매우 인상적인 사찰이다. 비구니 도량과 경건한 새벽 예불로 잘 알려진 운문사는 경북 청도에 자리잡고 있다. 청도라면 복숭아와 감, 새마을운동 발상지로 잘 알려진 고장이 아닌가. 더군다나 해마다 3월 중순이면 전국 최대 규모의 소 싸움 축제가 열려 봄날의 흥겨운 축제마당을 펼치기도 하는 고장이다. 청도는 물이 맑고, 산이 맑고, 인심이 맑아 예로부터 "삼청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곳. 게다가 "도불습 유" 해서 길에 떨어져 있는 물건이 아무리 욕심나는 것이라도 자기 것이 아니면 절대 주워가지않는 아름 다운 습이 지금까지도 잘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대구와 밀양이라는 큰 도시 사이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채 독자적인 생활관습과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고장이기도 하다. 청도의 가장 대표적인 사찰인 운문사는 청도읍에서 동쪽으로 40km쯤 떨어진 운문산(해발 1,188m)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일명 호거산이라 불리기도 하는 운문산은 재약산, 가지산, 신불산, 취서산 등과 함께 영 남알프스를 이루는 고봉 가운데 하나. 먼 옛날 원광국사가 화랑도의 신조인 세속오계를 지은 명산이기도 하다. 이처럼 유서 깊은 운문산의 북쪽 기슭 햇볕 잘 드는 곳에 운문사가 자리를 틀고 앉아 있다.
비로전범종루

사찰의 참 모습을 보려면 해가 진 후 또는 해가 뜨기 전에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기회가 닿는다면 스님들의 바루공양에도 참여하고... 달려온 삶에 대해 한번쯤은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된다면 사찰을 찾아가는 길을 조금 일찍 서둘러서 새벽예불에 참여해 볼 일이다.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 때인 560년에 보양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보양국사는 신라 말기와 고려 초기에 살았던 승려이므로 이같은 설명은 다소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옛 기록에 의하면 보 양국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오는 길에 지금의 운문사 자리에다 사찰을 지은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본래 진흥왕 때 누군가에 의해 초창된 사찰이 폐허가 되었고, 그 자리에다 보양국사가 다시 중 창을 했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중창 당시의 사찰 이름은 작압사였다. 그후 937년에 고려태 조 왕건으로부터 "운문선사"라는 사액을 받으면서 작압사는 운문사로 불려지게 되었다.
운문사는 여승들의 수도장인 만큼 경내 전체가 마치 잘 꾸며진 정원처럼 정갈하고 깨끗하다. 나무 한 그
루, 풀 한포기, 자그마한 돌멩이 하나까지 여승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현재 운문사에
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인 스님은 대략 240여 명. 속세와의 인연을 끊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
로 청순하고 쾌활한 여승들이 엄격한 계율 속에서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다. 
사찰의 참 모습을 보려면 해가 진 후 또는 해가 뜨기 전에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기회가 닿는다면 스님
들의 바루공양에도 참여하고, 하루나 이틀 정도 선방에 머물면서 앞만 보고 달려온 삶에 대해 한 번쯤은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된다면 사찰을 찾아가는 길을 조금 일찍 서
둘러서 새벽 예불에 참여해 볼 일이다. 특히 공부하는 스님들이 많은 운문사의 새벽 예불은 그 청아함과 
경건함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운문사의 새벽 예불은 일반적으로 3시에 시작해서 5시경에 끝난
다. 예불이 끝난 후 6시부터는 아침 공양(식사)이  시작되는데, 일반 신도들에게도 공양간(식당)을 개방
하고 있다.
작압전
이밖에도 운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하나의 명물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수령 400년이 넘은 처진 소나무다. 역사가 오래된 사찰인 만큼 운문사 경내에는 많은 문화재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신라 때 만들어진 구리 항아리인 동호를 비롯해서 비로 전, 금당앞 석등, 3층석탑, 원응국사비, 석조여래좌상, 사천왕석주등 이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본래 사찰이름에서 유래된 작은 전 각인 작압전과 대웅보전, 오백나한전, 만세루등과 같은 크고 작은 건 물들이 있다. 이밖에도 운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수령 400년이 넘은 처진 소나무다. 현재 천 연기념물 제 180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노거수는 줄기가 땅에 닿을 정도로 처져 있다고 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재미있는 것은 해마 다 봄과 가을에 나무 주위에다 막걸리를 12말씩 뿌리는 일이다. 물도 아닌 막걸리를 뿌리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이 있지만 그 유래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언양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24번 국도와 69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운문사까지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