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낭자
2008. 3. 28. 18:07
태안 신두리 해변 직업상 많은 여행지를 찾아다니다 보면 유난히 애착이 가는 여행지가 있는가 하면 마음 한 구석에서
이런 절경은 숨겨두고픈 충동을 경험할 때가 있다. 신두리 해안은 숨겨두고픈 충동이 이는 여행지들 가운
데 하나이다. 서해안고속도로의 완전 개통으로 요즘 뜨고 있는 여행지 태안반도 한 자락에 자리잡고 있
는 신두리는 마치 동해바다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툭 트인 바다와 곧게 뻗어있는 해안선이 아름
다운 곳이다. 때문에 사철 언제나 바다의 낭만을 몸으로 느끼기 적당하다. 그리고 썰물 때 드러난 개펄
을 따라 자동차로 질주할 수 있는 해방감도 있어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 신두리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는 염전 | 확장공사 때문에 아직 소란스러운 서산-태안 길을 지나
태안에서 신두리로 가는 603번 지방도에 올라서면 한결 여
유있는 느낌이다. 우거진 송림을 지나 산허리를 감아 돌아
가는 길에서 즐기는 드라이브는 이곳 여행의 또 다른 즐거
움이다. 신두리에가까이 오면 간간히 바다와 갯벌이 시원
하게 펼쳐진다. 특히 신두리 입구에는 점차 사라져 가는
염전지대가있어 더욱 정겹다. 염전을 지나 제방길을 지나
면 이내 신두리에 이른다. 신두리는 여름 한 철 반짝하는
인근의 해수욕장과는 달리 사구(砂丘)로 유명하다. 사구는
해변가의 모래가 오랜 세월 해풍에 날려 해안 후면에 퇴적
된 모래언덕을 말한다. 신두리 사구는 빙하기 이후 약 1만
5천년 전부터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학자들은 보
고 있다. 태안군의 팔경 가운데 제 5경에 선정된 신두리 사구가 그나마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는 것
은 이 일대가 군사보호 지역으로 묶여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두리 사구는 우
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구로 원형이 나름대로 잘 보존되어 있는데다가 멸종 위기종인 금개구리를
비롯 표범장지뱀, 갯메꽃 등 다양한 식생 분포로 자연환경적 보존가치가 높은 생태계의 보고이다. 이런
이유로 보존가치의 중요성을 언론과 학계를 통해 인정을 받아 천연 기념물 지정을 놓고 있지만 개발을 요
구하는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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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두리 들목에 서있는 해수욕장 표석 | 신두리 사구 탐방의 첫 기착지는 해수욕장 입구. 신두
리 해수욕장은 해수욕장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 곳
으로서 모래사장과 갯벌이 섞여 있는 곳이다. 다만 이곳
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아 아직까지는 깨끗한 자연의
상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이
다. 입구 왼편으로는 고운 모래위로 난 비포장길이 인상
적이다. 해풍이 왼편에서 강하게 불어오는 모래 언덕길을
차창을 활짝 열고 천천히 달리면서 바람 가득한 바닷가를
몸으로 느끼는 것도 각별한 즐거움이다. 그리고 조금 더
별스런 경험을 하려면 차를 몰고 바닷가로 나가 보자.
물 빠진 신두리 해변은 사막을 연상케 한다. 모래밭은 뻘
이 섞인 규사로 단단해서 승용차로 달려도 빠지지 않는다.
다시 해변 모래 언덕으로 올라오면 언덕의 굴곡을 따라
비포장 도로가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닷가
에 그림 같은 빨간 지붕 집이 나타난다.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이 집을 지나면서 본격적
인 모래 언덕이 시작된다. |
 |  | 신두 백사장은 단단한 모래질을 자랑한다. | 신두 해변의 사구는 모래가 곱기로 유명하다. |
신두리의 사구는 모래로 이루어진 언덕이 대부분이며, 초승달 모양의 사구도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바
람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물결 모양의 사구도 작은 규모나마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사구 지역은 사
람의 손길에 의해 파헤쳐져 다양한 지형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새롭게 생겨나는 모래언덕도 규
모가 작고, 초승달 모양의 사구 규모 역시 그 형태만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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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두리 해변의 너른 백사장 |
한편 사구 뒷편으로 울창한 아카시아 나무 숲이
바람을 막아 주고 있다. 아직은 신두리 해변이 본
격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탓인지 마땅한 위락시설
이나 숙박시설이 별로 없다. 신두리 초입 마을에
썰렁한 민박시설 몇 채가 있고 여름 피서철에만
해수욕장에 임시 방갈로가 운영된다. 해변이 남북
으로 약 2km 넘게 길게 뻗어 있고 썰물 때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은 백사장이 나타나는 신두리
해안으로 떠나는 가족나들이는 툭 트인 바다가 주
는 설렘과 다양한 자연생태 관광도 즐길 수 있는
실속 있는 여행이다.
별 미 : 서산, 태안 지역에 가면 박속낙지탕을 한 번 맛보자. 냄비에 박 속과 양념을 넣고 끓인 다음
낙지로 유명한 원북면, 이원면 앞 바다 갯벌에서 잡은 싱싱한 낙지를 살짝 데쳐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되는데 담백하면서도 싱싱한 낙지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낙지와 박속이 어우러져 시
원하게 우러난 그 국물에 수제비나 칼국수를 넣어 끓여먹는데 이것이 바로 밀국낙지탕이다.
신두리로 가는 길목인 태안군 원북면 반계리2구에 있는 조은회관 (041-672-0063)에서 맛볼 수
있다.
가는길 : 수도권에서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산나들목
으로 나간 후 서산시내를 지나 태안까지 간 후 태안읍내 사거리에서 우회전 603번 지방도로
로 갈아 탄다. 그리고 약 10㎞를 달리다 원북면 직전에서 학암포 방면으로 좌회전, 고개를
넘으면 좌측으로 신두리해수욕장 이정표가 나온다. (서울에서 약 2시간30분 정도 소요) |